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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평범함/평범한데 왜 이렇게 힘들까

[평균의 무게] Ep.1 그냥 다니는 거예요 - 퇴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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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니는 거예요."

요즘 자주 듣고, 자주 말하는 말이다.
퇴사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냥 다녀요"
일이 재밌냐는 물음에도,
"그냥 다녀요"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묻는 세상에서
"그냥"이라는 말은 사실 꽤 많은 걸 감추고 있다.
 

그 안에 나도 있다.

나는 가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온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질 때가 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무심히 타인을 훔쳐보며 그런 생각도 한다.
누군가는 노트북을 펴고 회의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눈을 감은 채 아무말 없이 견디고 있다.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하지만
모두가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해' 탑승한 사람들
그 안에 나도 있다
 

나는 엄마다

그러나 동시에, 프로젝트 담당자이자 후배이자 동료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첫날,
가장 무거웠던 건 책상이 아니라 시선이었다.
나에게는 아기의 체온이 남아있는 옷가지가,
누군가에게는 업무 지연의 핑계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출근은 했지만,
온전히 출근하지 못한 몸과 마음
 

그럼에도 나는 다시 '그냥' 다니기로 한다. 

퇴사를 생각하지 않은 날은 없지만 
실제로 사직서를 낸 날도 없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딱히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사는 데 돈이 들고. 삶엔 연속성이 필요하니까"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도아 너에게

평균의 삶이란 게 얼마나 무겁고 벅찬 것인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누군가는 그걸 루틴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감정노동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냥 "사람답게 살기 위한 감저으이 세금"이라 부른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해서
아기의 체온을 확인하는 이 하루.
이 '그냥 다니는' 날들이 쌓여 
우리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
 

퇴사하고 싶지 않냐고요?

네, 매일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냥 다녀요.
그게 나의 오늘이고, 우리의 내일이니까요
 

다음 예고 :

다음편에서는 '육아와 나의 시간'에 대해 써 볼게요
"모유수유는 사랑일까, 노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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